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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이니스프리'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북한의 핵실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 TV 뉴스는 며칠에 걸쳐 비중있게 보도했다. TV만 보고 있으면 조만간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은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특히 젊은층은 거의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핵실험이 있던 날 '핵실험'보다 '이니스프리'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검색어 상위에 올라가 '공포의 핵실험'이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 안보에 관심이 없어서 큰일이야."라고 말한다. 50대 이상 장년층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의 TV 뉴스와 그런 말을 하는 기성세대에게 영화 <아르고>의 명대사로 대답하고 싶다. "Fuck yourself."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더구나 핵무기로) 사실은 조금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핵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그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함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핵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핵은 일본이나 미국, 특별히 미국을 목표로 한다. 북한에는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 핵 개발을 통해 힘을 과시하며 한쪽에선 협상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대상은 당연히 미국이다. 거기에 대한민국이 낄 자리는 없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처럼 북한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면 우리가 낄 자리가 있었겠지만 남북 관계가 단절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북한과 미국이 따로 만나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며 한국의 역할을 말했다. 안보를 책임진 다른 인사들의 생각도 비슷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그들만의 생각이다. 한국이 그 사이에서 역할을 하기는 힘들고 명분도 없다. 





우리 군에서 북한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공개했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그 미사일을 쏠 일이 있을까. 단언컨데 없다. 그 미사일을 쏜다는 얘기는 전면전을 의미한다.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틀이면 서울, 수도권이 폐허가 된다. 북한도 파괴되겠지만 그 결과는 잃을 것이 많은 우리에게 더욱 두려운 일이다.(물론 수구신문을 비롯해 "국민이 며칠만 참으면 통일된다."는 소리를 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게 파괴되면 대한민국은 다시 일어서지 못할거다. 당연히 전면전은 없다. 이런 무기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그저 '쇼'라는 얘기다. 요즘 영리한 청춘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이런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미국의 군사, 정치적 고급 정보와 금융 정보는 그들 안에서 공유된다. CIA의 고위 인사가 월가로 가기도 하고 반대로 월가에서 CIA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 말은 미국에서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기 전에 누구보다 미국의 자본이 먼저 그 정보를 입수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시끄럽던 지난 며칠간 한국의 주식시장을 보자. 예전에는 북한에서 사소한 말썽이라도 일으키면 잠깐 빠지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번엔 '핵실험'이라는 '위협'적인 단어가 온 언론을 도배했음에도 주식시장에 미동도 없었다. "핵실험한다는 사실이 선반영되었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하지만 전부 헛소리고 처음부터 주가가 빠질 이유가 없었던거다. 기관, 외국인은 물론 이런 문제로 여러 차례 학습을 한 개인들까지 매도에 나서지 않았으니 주가는 빠지지 않는다. 13일에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남북이 공멸하기에 전면전은 없다."라는 게 정황에 의한 추측이라면 미국의 '자본'은 그 추측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미국의 자본이나 다름없는) 외국인의 자본은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한 축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한다면 이 정보는 누구보다 미국 자본이 먼저 알게 되고 군사행동 이전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미국의 자본은 빠져나갈 것이다. 미국의 군사행동을 예측하는데 이보다 확실한 징후는 없다. 역으로 말해 미국 자본이 국내의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개를 치는 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는 없으니)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은 없다는 말이다. 


TV와 신문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여전히 하나마나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위협'이라는 표현을 수없이 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바라보며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하긴 북한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자극적이고 장사가 되는 소재다. 거기에 핵실험이 추가되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오늘도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북한의 핵실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국민을 겁주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