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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나는 꼼수다> 주키니, 김감퇴의 성희롱 해프닝




<나는 꼼수다> 멤버들의 '비키니', '코피'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트위터는 이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8일에는 TVN에 4인의 패널이 출연해 이 논란에 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나꼼수>의 '비키니 망언' 사건은 온라인의 모든 이슈를 덮을 만큼 큰 화제다. 상황을 보면 대체로 "정봉주 전 의원이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 마음 놓고 비키니 사진을 보내달라."는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코피를 조심하라."는 주진우의 글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여성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나꼼수>에 사과를 요구했고 공지영 역시 불쾌함을 표현했다. <나꼼수>의 가장 큰 우군 공지영의 발언은 수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며 <나꼼수>를 압박했다. 그러더니 60만 회원을 둔 삼국 카페가 "<나꼼수>에 대한 동지 의식을 내려놓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느니 마초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많이 나왔으니 전부 걷어내자.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섹스 스캔들'도 아니고 그저 흔한 성적 농담 한 마디에 이와 같은 '난리'가 벌어진 현재의 상황이 황당하다. 과연 그들의 말이 이만큼 논란을 일으킬만한 소재인가. 한 발 양보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하자. 그럼 다음으로 과연 <나꼼수> 멤버들에게 그와 같은 잣대를 들이들 근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정치인인가. 고위 공직자인가.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들에게 그토록 높은 수준의 성(적 평등) 의식을 요구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이 세금으로 급여를 받았는가. 아니면 큰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는가. 그들은 스스로를 잡놈이라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들의 방송은 욕설과 비속어로 가득하다. 소위 하위문화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 방송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들의 '저급함'이 그들의 가장 큰 무기이자 매력임을 아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그들을 공격하고 있다. 나는 이건 '실수'라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정도 발언은 사회에서 남자들 사이에 흔히 나온다. 물론 우리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꼼수> 또한 '공영'방송이 아니다. 그저 세 남자가 편한 말로 떠들고 까부는 팟 캐스트일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김용민, 주진우가 성 의식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정말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사과'와 관련한 부분이다. 김어준은 자신들에게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며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당연히 이에 대해서 "사과했어야 한다.", "하지 않아도 된다."로 의견이 갈린다. 이 부분을 보며 먼저 김용민, 주진우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은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 뿐 아니라 소위 진보라 하는 사람들도 <나꼼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뭐 하나 꼬투리만 잡혀봐라.'라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들이 김어준의 성북동 주택이고 미국행 비지니스 좌석이다. <나꼼수>에 균열을 내기 위해 저들은 끊임없이 공격해 왔다. 이런 상황을 안다면 조금만 신중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사실 김어준이나 김용민, 주진우에게 여성에 대한 의식, 성적 평등 의식에 그리 문제가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사회 평균보다 나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김어준은 "주진우는 목을 걸고 장자연 사건을 추적했다. 김용민은 마누라 말이라면 설설 기는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나꼼수>의 팬들이 이를 모를까. 나는 다수의 팬들이 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성이 <나꼼수>를 공격하며 돌아섰다. 그들의 언행이 그토록 자신들을 분노케 했는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조중동과 수구의 집중포화를 견뎌낸 <나꼼수>의 견고한 방어막에 이렇게 균열이 생겼다. 내부에서 만든 균열이다. 세상 참 우습다. 다 지나간 일이고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나꼼수>가 조금만 신중했으면, 그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그리고 진영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이 가장 즐거운 건 당연히 조중동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알아서 균열을 만들고 알아서 방어막을 깨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자중지란이다. 삼국 카페도 그렇고 그간 <나꼼수>를 지지하다가 이제 돌아서는 사람들에게도 진영에 대한 의식은 있다. 이러면 저들만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도 돌아선다. <나꼼수>가 잘못했고 그에 따른 사과도 거부하는 그들의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안이 과연 <나꼼수>에 대한 동지 의식을 내려놓을 사안인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조중동 못지 않게 지금 상황이 즐거운 무리가 있다. 진중권, 이택광 부류의 진보 먹물들이다. 진영을 의식하지 않는 이들은 마침 좋은 먹이를 만난 듯 신이 났다. 어차피 이들에게 민주 진영이나 <나꼼수>는 아군이 아니다. 따라서 이 비판이 아군에 대한 총질이 아님은 물론이다. (사실 이들은 민주 진영을 공격함으로 수구가 권력을 잡아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다. 수구 정권도 이들에게 나쁘지 않다. 어차피 오피니언 시장에서 자신들의 몫은 변함이 없고 오히려 수구 정권에서 자신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진영의 문제를 거론하며 지금 상황을 안타까워하지만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과 진영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에게는 그저 반갑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애초에 <나꼼수> 팬덤 자체가 비이성적이기도 하고 또 상당히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불완전한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꼼수> 3인은 꽤 혼란스러울거다. 문제의 발단인 '비키니' 이벤트에 대한 후회도 있을 수 있고 면회 신청서를 트위터에 올린 일을 후회할 수도 있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 같다. 바라보는 <나꼼수> 팬으로 안타깝다. 확실한 '우리 편' 철학을 가진 김어준의 입장에서 지금의 균열, 분열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균열이 내부에서 시작됐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나는 꼼수다>는 가카 퇴임하시는 그 날까지 꿋꿋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소 위축되어있을지 모를 <나는 꼼수다>를 응원한다.              





이 글은 9일 밤에 작성한 글이다. 지금 10일 오후 <나는 꼼수다> 봉주 5회를 듣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 관계에 잘못된 것들이 많다. 방송을 들으며 글을 올리지 않을까 하다가 이왕 쓴 글이니 기록으로 남겨본다. 역시 김어준 대단하다. "여성의 몸매를 보고 성적 대상화 했던 순간은 1초였다. 솔직히 그것도 생각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그렇게 따지면 섹시한 동지는 없는거다."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방송을 들으며 <나는 꼼수다> 성희롱 사태의 진상과 그에 대한 <나꼼수>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됐다. 이에 대한 (진중권으로 대표되는) 진보 먹물과 <나꼼수>를 공격했던 여러 언론의 대응도 궁금해진다. 다시 한번 <나꼼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