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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진중권의 힘, 비루한 자아와 낮은 자존감




사람이 자기 자신(과 관련된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언젠가 <인물과 사상> 기고에서 접촉사고를 예로 들어 설명한 적이 있다. "객관적으로 5:5의 쌍방과실이라면 90% 상대방의 과실이라고 확신하며 객관적으로 70, 80%가 내 과실이라면 5:5 정도로 축소해서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고 상대방의 행동은 현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만큼 자기 중심에서 사고하고 판단한다.





<나는 꼼수다> 주진우, 김용민의 '성희롱' 발언이 한참 인터넷을 뜨겁게 했다. '사과'에 대한 말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요사이 <나꼼수> 공격수로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진중권의 트윗이 화제다. 동시에 진중권이 과거에 남긴 트윗이 하나 둘 나오면서 진중권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보아의 '가슴'에 관한 글이다. 민망하긴 하지만, 그리고 진중권 정도의 '지식인'이 저 정도 헛소리를 했으면 당연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요새 그쪽 발언들이 워낙 수위가 높아서인지 개인적으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정도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꼼수>의 '비키니' 해프닝에 사과를 요구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나꼼수> 봉주 5회에서 김어준은 해프닝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진중권은 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려는 의지도 없다. 그에겐 오직 <나꼼수>를 흠집내고 무너뜨리려는 마음 뿐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대표를 두고 과거에 남긴 트윗 또한 화제다. 이건 정말 어메이징하고 엽기적이다. 진중권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하는 글이다. 나는 주진우의 '코피' 글을 보며 '(나 같은 사람도 안 할 표현을..) 조금만 신중했으면 좋았을텐데..'라 생각하며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시에  저 정도는 웬만한 남자들이 거리낌 없이 쓰는 표현이라 생각하며 그를 변호했다. 그런데 진중권의 '유시민 생리대' 발언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남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최대한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표현으로 다른 사람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진중권이기에 가능했던 표현이다.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다. 거기 더해 변명이라고 나온 말이 남성의 '자위'와 여성의 '생리'를 동일선에 놓는 말이었다. 진중권이 강용석을 두고 "학벌이라는 거 무상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아무리 서울대를 나오고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지식의 양이 방대해도 그것과 (정상적인 사람들이 하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일,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인식을 갖는 일은 전혀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진중권의 작품이 트위터를 돌고 있다. 이건 마스터피스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트윗에 대한 조롱의 트윗이다. 이걸 보면 누구라도 진중권에게 "미친 놈", "이게 사람 새끼인가."라는 격한 표현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진중권이라는 인물이 '논리' 좋아하고 앞뒤 맥락 따지는 것 좋아하고 크로스 체크를 좋아하는 인물이기에 송지선 트윗의 맥락을 모르고 그랬을 리가 없다. 그는 알면서 그와 같이 조롱, 장난을 한 거다. 나는 여기서 진중권의 바닥을 본다. 지난 포스팅에서 진중권의 낮은 자존감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런 사례들이 그의 낮은 자존감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앞의 '유시민 생리대' 발언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이 정도면 우리가 흔히 쓰는 '선진국에서는'이라는 전제를 붙이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에 충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간혹 언론에 '묻지마 범죄'가 보도된다. 자신은 괴롭고 세상이 싫은데 세상 사람들은 다들 행복한 것 같아 화가 난다. 그래서 홧김에 눈에 보이는 불특정 대상에게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진중권이 그렇다. 적어도 근래 몇 년간 보이는 모습으로 추측해 보면 그의 현재 자아는 전혀 건강치 못하다. 자존감 또한 낮다. 권력의 압력 없이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대학들에서 퇴출당하고 또한 권력의 압력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대한민국 법원이 변희재의 손을 들어주며 이래저래 비루한 신세가 된 진중권의 멘탈은 지금 보는 바와 같다. 그래서 여기저기 짱돌을 던지는데 순간 진중권의 눈에 들어온 송지선 역시 그의 짱돌을 맞은 거다.(<부러진 화살>의 김명호 교수, 박훈 변호사도 마찬가지지만 송지선은 정말 애먼 사람이다. 진중권은 이렇듯 불특정 다수를 향해 마구 짱돌을 던진다.)  






그러면 자아가 건강한 사람은 어떻게 할까. 지금의 김어준처럼 한다. 주진우, 김용민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김어준은 주진우와 김용민에게 주키니, 김감퇴라는 별명도 지어주며 상황에 대해 유쾌하게 설명한다. 늘 스스로를 '잡놈'이라 비하하는 바닥에는 물론 건강한 '자아'가 있다. 김어준은 장인의 좌익 경력에 대한 공격 속에서 "그러면 내가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라며 정면돌파를 시도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았다. 자칭 노빠 답다. 노무현처럼 김어준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뚫고 나간다. "우리 모두가 자신 이외의 인간을 대상화, 타자화한다. 여성을 보며 이성으로 대상화 하면서도 동시에 대등한 인간, 동지로서 감정이입도 한다. 두 가지는 별개가 아니며 공존 가능하다."


다시 진중권으로 가면 자아가 건강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 아이들이라면 다소의 일탈과 뗑깡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라면 다르다. 웬만한 성인이라면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 해도 이를 미성숙한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그래선 안 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진중권은 그렇지 않다. 과거 강준만이 진중권을 어린 아이로 바라봤듯 나 역시 진중권을 어린 아이로 보는 이유다. 재미있는 건 진중권이 평소 사용하는 표현이다. 진중권은 타인을 조롱할 때 '어린이'라는 표현을 즐긴다. 유치하고 미성숙하다는 의미에서의 조롱이다. 진중권의 행적을 보면 딱 진중권에게 적합한 표현인데 진중권에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없음은 물론이다. 





정혜신은 글에서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라고 한다. 진중권의 현실감각이다. 자신은 늘 객관적이고 냉정하며 논리적이다. 타인에게 최대한 모욕적이고 엽기적인 말을 하며 누가 봐도 감정으로 가득한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인간이 현실감각의 한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진중권의 경우는 굉장히 심하다. 진중권이 <나꼼수>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분간 조용할까. 그의 비루한 자아와 낮은 자존감을 보면 조만간 또 누군가에게 엽기적이고 무례한 말을 쏟아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비루한 자아와 낮은 자존감, 그게 진중권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