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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진중권, 허지웅 외 <나는 꼼수다>와 김어준 비판하는 이들을 보며




오늘은 <나는 꼼수다> 27회가 올라오는 날이다. 지금 이 시간 많은 사람이 <나꼼수>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

다. 1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극한의 즐거움이다. 며칠 전에는 뉴욕 타임즈가 <나는 꼼수다>에 대한 기사를 크

게 쓰면서 다시금 <나꼼수>가 얼마나 화제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언론 NYT가 인정한 국제적인 방

송 <나꼼수>다.



경찰이 <나는 꼼수다> 멤버들을 조사한다는 소식이 뉴스를 타면서 주류 언론에도 <나는 꼼수다>에 대한 기사

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간 온라인에서의 엄청난 영향과 무관하게 무시하던 방송과 거대 신문들이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고 기사로 <나꼼수>를 다루는 상황이다. 그저 현상 그대로를 전하는 경우도 있고 긍정, 부정적

인 영향을 다루면서 평가하는 글도 있다.





이런 저런 글 가운데 개인적으로 이른바 '진보', 또는 '진보논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글을 주의 깊게 읽어봤

다. 흥미로운 글이 많았다. 진중권, 허지웅, 박권일, 한윤형 크게 봐서 이렇게 4인이다.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

터를 통해 늘 싸움을 한다. 지금도 그의 타임라인은 언쟁으로 도배되어있다. 최근 곽노현 교육감 사건으로 크

게 일전을 치르더니 이번엔 <나는 꼼수다>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싸움 중이다. 허지웅(전직 영화잡지 기자)은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기고한 글에서 김어준을 모세로 비유하면서 꽤 두들겨 맞았다. 그의 트위터와 블

로그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는 네티즌의 린치에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권일(<88만원 세대> 공동저

자)도 줄기차게 <나는 꼼수다>를 비판했다. "샤먼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들다 죽는

비극적 존재가 샤먼이다. 진중권은 샤먼일지 몰라도 김어준은 아니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사

람을 부르는 말은 따로 있다. 약장수라고."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한 마디다. (<안티조선운동사>로 이름을

알린) 한윤형 역시 관점은 다소 다를지 몰라도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를 비판적으로 본다. 어떤 트위터 유저

의 트윗이 인상적이다. "요즘 같이 한윤형, 진중권, 박권일, 허지웅이 대동단결하여 지랄하는 날이 올 것임을

정말 생각도 못했다." - 이름값으로 보면 진중권에 비해 다른 3인의 중량감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편의상 동

일선에 놓는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자신의 트위터에서 네티즌과 싸움을 하고 있다. 정확히 하면 진중권이 가장 격렬하고 허

지웅은 린치당하는 모양새며 박권일도 좀 공격당하긴 했지만 멘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언쟁은 많지 않

다. 한윤형 쪽은 더욱 그렇다. 이들이 네티즌과 주고 받는 글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들이 <나는 꼼수다>와 김어준을 비판하는 내용은 각각이 다르고 전부가 개별적이다. 4인이 '같은 편'도 아

니다. 반론을 하는 사람들 역시 전부 같은 입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당연히 개별적으로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반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기본적으로 反 MB, 反 한나라다. 또한 "지금은 수구세력과의 싸

움을 위해 나머지(김어준의 표현을 빌리면 가카 아닌 것들의 합집합)는 '같은 편'이고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오래 전에 어떤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한 친구와 대화하며 물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에서

모두 후보가 나와 표가 갈라져서 한나라당이 당선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소신껏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 기본적인 인식에 차이가 있다.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많

은 사람들이 노회찬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反 한나라, 민주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얘기였다.

진보신당 쪽은 거부하고 끝까지 선거를 치렀다. 그 싸움의 선봉에 진중권이 있었다. "당신들이 뭔데 우리에게

사퇴하라 강요하냐."는 주장이었다. 답은 간단하다. '이쪽'의 많은 사람이 '한나라', '수구'가 아닌 쪽은 '같은

편'이고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일부 진보 세력, 위의 4인도 그렇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反 한나라라고

해서 같은 편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니냐."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중권 같은 이에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별 차이가 없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런 판에

민주당 후보를 위해 자신들의 후보가 사퇴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 그리고 이는 진보정치의 싹을 죽이는 폭력

이다. "거악과 상대하기 위해 뭉쳐야 한다."는 주장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방송에서 김어준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결론이라며 "다 뭉치면 이긴다."는 말을 했다. "다 뭉치면 박근혜

든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상당수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지만 한편에선 굉장히 불편한 말이다. 위의 4인에게도 마찬가지일거다. 박원순의 승리가 확인된 26일 밤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봤다. "망했군. 이제 너도 나도 합치자고 할거 아냐." 한나라와 수구세력을 악으로 보고

반대 진영은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뭉치자."는 말에 백번 공감하겠지만 모두가 별개의 세력이

라 보는 사람들은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 '악'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광화문 유세현장에서 유시민은 이명박 정

부를 '거악'으로 규정했다. 군중 심리가 있어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허지웅은

그 영상을 보고 "토할 뻔 했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쪽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다. 



박권일 또는 김어준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요한 맥락, "김어준은 사람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한다."는 것, 즉

대중영합적, 상업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책을 팔아먹기 위함' 아니냐는 의미도 있을 거다. 김어준이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박원순이건 안철수건 시장이 되면 교통방송을 달라."는 말이었다. 지난

방송에서 김용민이 김어준에게 핀잔을 줬다. "왜 입장을 번복하냐." 김어준은 박원순 시장에게 "그냥 시청식당

에서 밥이나 한 번 사라."고 말했단다. 오늘 김용민이 트윗에 김어준의 말을 옮겼다. "내가 교통방송 운운했으

니 박원순 시장 끝나는 날까지 그 곳 1회 출연도 안 된다." 김어준 빠라고 해도 상관 없다. 김어준, 진정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꼼수다>의 다른 멤버들 역시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리 없다. 유유상종이다. 진중

권과 김어준을 묶어 트윗한 트위터 유저의 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개를 골라 인용한다. 



- 진중권과 김어준: 진중권은 짖고, 김어준은 짖지 않는다. 진중권은 경비행기를 샀고, 김어준은 겨우 모은 쩐(돈보다 낮은

개념)으로 골방 녹음실을 빌렸다. 진중권은 인터넷에 널린 정보를 소비해서 돈을 벌었고, 김어준은 정보를 생산하느라 거

지가 되었다.


- 진중권은 지도 모르는 철학자들 이름들 나열해서 책을 썼는데, 김어준은 지가 아는 수준 낮은 단어로 책을 썼다. 진중권

책 읽어 본 애들은 진중권 팔로워가 됐고, 김어준 책 읽어 본 애들은 진중권과 맞짱을 떴다.





나는 진중권, 허지웅, 박권일, 한윤형 같은 이들이 '바른' 생각을 가진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다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라든지 '약자, 소수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말이면 때로 선뜻 동의할 수 없더라도 '분명 일리(의미)있는 지적
일거야.'라며 나 스스로 애써 의미를 부

여하곤 했다. 특히 진중권의 경우엔 그렇다. 황우석 사건이나 심형래 사건은 나 스스로의 그런 작업이 그르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다.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어떤 트위터 유저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박권일 블락(트위

터에서 당신의 글을 보지 않겠다고 차단하는 행위), 그의 글이 아깝다." 내가 하는 고민과 비슷한 내용이다. 그

의 '선의', '진정성'도 알고 그의 '재능'도 알지만 지금 상황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거다.



수많은 네티즌이 그들에게 말한다. "부럽냐?",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공격적인 말들 때문에 그들이 예민해지

고 신경질적으로 변해 그런 부분이 글로 드러나긴 하지만 (누군가는 허지웅을 두고 말했다. "자아가 붕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적어도 저들이 부러워서 그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종종 납득하기 힘든

수준의 히스테리를 보면 대중이 보는 '질투설'이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여기엔 내가 평소 합리적이라 생각

하는 트위터 유저들의 트윗 영향도 있다. 평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글을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진중

권의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대중에게 좋은 글과 좋은 생각을 전하는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은 저들 외에도 많다. <나는 꼼수다>와 연

관해서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조국, 선대인, 우석훈이다. 조국 교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집권여당 대표의 비난도 받고 갖가지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껏 했다. <

나는 꼼수다> 팀은 선거 당일 투표율 50%가 넘으면 조국 교수에게 망사 스타킹을 신기겠다고 '공약'했다. 조

국 교수는 유쾌하게 그 '공약'을 받아들였다. 경제전문가이면서 세금혁명당의 당수 선대인은 <나는 꼼수다>의

경제편 <나는 꼽사리다>를 준비하고 있다. 우석훈 박사는 최근 기고를 통해 김어준에 대해 최고의 기획자, 스

타일리스트라는 평가와 함께 '지금은 김어준 시대'라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의 <나는 꼼수다>를 긍정적

으로 평가, 또는 적어도 이 시대에 필요한 아이콘으로 보고 있다. 진중권, 박권일 같은 사람의 부정적인 (박권

일의 표현대로 까는) 평가를 보면서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을거야.'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억지로 균형을 맞

출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내 고민은 사라진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반론을 펴는 이들의 말이

훨씬 설득력있고 합리적이다.





이렇게 글을 쓰긴 했지만 저들이 네티즌과 주고 받는 글은 여전히 흥미롭다. 잊지 않고 한 번씩 찾아보게 된

다. 반박하는 사람들의 글 가운데 감정적인 글, 인신공격형 글도 많아 싹 무시하고 말 것도 같은데 빼놓지 않

고 대답도 잘 해준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그나저나 오늘 토요일 중으로는 <나는 꼼수다> 27회 업데이트가

안 될 모양이다. 지난 주던가. 일요일 새벽에 올라왔는데 이번 주에도 그러려나.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이 함

께 하는 <나꼼수> 27회가 기다려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