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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한국의 대학생이 변하기를 기대한다.




대학 등록금이 이슈다. 대학생들은 오늘도 시위에 나섰다. 이틀 전인가 권해효, 김여진 씨가 시위에 함께 한

실을 언론에서 조명하기도 했다. 등록금 문제는 줄곧 화제였지만 이번에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부산, 광주

등 지방
에서도 촛불집회를 갖는다고 한다. 그간 등록금 문제로 고통받던 학생들의 불만(분노)이 한꺼번에 폭

발하는 모양새
다.




굳이 88만원 세대를 언급하지 않아도 요즘 대학생들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며칠 전 어떤 언론은

부모가 등록금을 대주는 학생과 직접 등록금을 벌어서 다니는 학생은 성적부터 다를수 밖에 없고 따라서 출발점이 다

르다는 보도를 했다. 부모가 후원하는 학생은 이후 어학연수 등 자기계발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빚 값기

바쁘다는 내용도 있었다. 자연히 격차는 벌어진다. 무리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요즘 학생들

이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는 어렵다. 시위하느라 학점 못 챙기고 남들 다하는 인턴 따위도 못해 취업 못하면 자

신만 손해다. 각자 각자가 제 한몸 챙기기도 빠듯한 현실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정치, 사회의 문제와 그들의 문제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그런 글을 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당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대체로 정치권은 대학생

관련 정책(공약)에는 관심이 없는데 그 이유가 학생들은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정치인은 표가 안 되

는 일에는 관심이 없지 않은가. 사실 학생들은 선거일엔 노느라 혹시 시험기간이면 공부하느라 바쁘다. 학생들은 선거

에 관심이 없고 자연히 정치권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다.





김여진 씨가 갑자기 트위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이름을 얻은 계기가 홍익대학교 청소노동

자 사건 이후였다. 당시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했고 그들은 학교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얼

마 지나지 않아 황당한 뉴스가 들려왔다. 홍익대 총학생회장이 "시험 기간인데 공부에 방해되니 집회를 중지해 달라.

(학교 밖으로 나가달라.)"는 입장을 청소노동자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보면서 황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학생으로서 발언하고 시위로 참여해야 할 상황들에는 입 다물고 있다가 부당하게 해고 당한 후 농성하는 약자들

에겐 당당하게 할 말하는 학생들. '세상이 변해도 아니 학생들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다.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 박중훈의 대사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한국 애들은 참 착해. 영국 애들은 취직 안 되니

까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부수고 난리가 나는데 한국 애들은 지들이 못나서 그런줄 알아요." 한국 학생들, 호전성을 좀

찾을 필요가 있다. 아니 표현을 바꾸자.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학

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90년대 중반 한총련의 격렬한 시위까지는 아니더라도(꼭 이 당시의 움직임이 바람

직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의 무기력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학생들이 깨어날 수 있

을까.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도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젊은 지성으로

변해가길 기대한다.     

 


추가) 포스팅을 마친 4일 밤 11시 30분 종로. 경찰이 시위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폭행, 강제 연행하고 있습니

다. 역시 대한민국 경찰, 이렇게 나오는군요. 학비 때문에 죽을만큼 힘들어 거리로 나선 학생들을 국가가 이렇

게 대접합니다. 불행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