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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마이더스>와 <작전>. 주가조작과 개미




<마이더스>의 인기가 대단하다. 오늘 몇몇 지인과 <마이더스> 관련 대화 중 50대 여성 한 분이 "장혁이 공매도를 했


다."는 말을 했다. 순간 놀라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다시 '공매도'를 확인해 줬다. "공매도를 아세요?" 물었

더니 "드라마에 나오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질문이 어리석었다. 그렇지. 보통 사람들이 '공매도'를 알 리가 없다.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말이니 입에 올리는 거다.
    



"요즘 글로벌 경기침체니 유동성 위기니 말 많아도 대한민국에 주식만한 재테크 없어요. 개미라고 들어보셨죠. 남의

말 듣고 감으로 투자하시는 분들, 그 사람들 있는 한 대한민국 주식시장 끄떡 없어요." 


영화 <작전> 첫 장면, 작전 설계사 조민형(김무열)의 대사다. '개미', 남의 말 듣고 감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웃음이

안 나올 정도로 멋지고 무서운 표현이다. 맞다. 그 사람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 주식시장 끄떡 없다. 기관이 고점에서

터는 물량, 외국인이 나가며 던지는 물량까지 받아주며 그들의 배를 채워주는 게 바로 개미.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외

인, 기관에 밀리지 않지만 조직적이지 못해 힘이 없고 언제나 그들의 '호구' 노릇 하는 존재, 그들이 바로 개미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그 '놀음판'의 주인공은 늘 기관과 외인이다. 주가가 오르면 올라서 벌고

내리면 내리는 대로 버는 게 기관과 외인이다. 굳이 파생상품을 말하지 않아도 앞서 언급한 '공매도'를 통해 벌 수 있

다. 내려가는 주가를 후려쳐 개인의 투매를 끌어 내고 떨어진 주식을 웃으며 사서 버는 게 기관과 외인 아닌가.  


요사이 <마이더스>라는 드라마에서 주가조작을 그려 '주식시장'과 '주가조작'이란 것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거기에 LG家 3세의 100억대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고, 최근 코스닥 퇴출기업 명단이 돌면서 주식시장은 여느 때보다

뒤숭숭하다.(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겠느냐마는) 그런 가운데 오늘 주가는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펀드런도

이어져 주식형 펀드의 유출자금은 수천억에 달한다. 이익 본 사람들이 나가는 돈도 있고 맘 고생한 사람들이 본전 찾

고 가는 돈도 있으며 타오르는 증시에 직접 투자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래저래 주식시장은 뜨겁다.               


                                                 

설계사 조민형 : 니들은 맨날 세력들한테 당했네. 작전에 말렸네 하면서 우는 소리들 하지? 대가리 딸려서 깡통 찼다

는 소리는 죽어도 안 해요. 대한민국 경제? 그거 우리가 돌리는거야. 주식시장이 놔두면 알아서 크는줄 알아? 우리 같

은 사람들이 계속 자극하고 흔들어주고 활기를 넣어 줘야 움직이는거라고.

개미 강현수 :  전 재산 날리고 한강 간 사람들한테 그렇게 얘기해 보지?

설계사 조민형 : 누가 주식 사라고 등 떠밀었냐. 주식은 전쟁이야. 미사일 오고 가는 전쟁터에 딱총 하나 들고 뛰어들

겠다는데 누가 말려.


역시 <작전> 가운데 나오는 대화다. 하나 같이 명언이다. 개인이 자주 하는 말이 "세력한테 당했다."는 말이지만 사실

세력이 없으면 종목이 시세를 분출하고 살아 움직이기 힘들다. 시세를 조종하는 세력이 대사 그대로 종목을 '흔들어

주고' '활기를 넣어 줘야' 개미들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극중 강현수(박용하)가 반론을 펴 보지만 설계사에게 돌아온

대답이 더욱 설득력 있다. 그렇다. 주식 사라고 등 떠민 사람은 없다. 모든 선택은 투자자 본인이 한 거다. 그리고 '시

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어떤 리포트도 어떤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100% 신뢰할 수 없다. 참고만 해야 한다. 투자

자가 이를 신뢰해 전 재산을 특정 종목에 밀어 넣고 날린다 해도 그들을 원망할 수 없다. 그리고 특정 '세력'이 애널리

스트, 언론과 '짜고' 특정 종목을 추천해서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일,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

는 풍경 아닌가. "집 팔아 OOOO 사라." 작년 여름 인상적이었던 증권 관련 기사 제목이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난

다. 증권사, 언론 추천 이후 잠시 오르던 주가는 이후 크게 곤두박질쳤다.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크게 폭락하는 종목들이 있다. 종목이 이렇게 추락하면 시장의 주목을 끈다. 하한가 행

진이 끝나고 거래가 이뤄지면 뛰어들기 위해 많은 개미들이 대기한다. "반등하는 줄 알고 뛰어든 개미들, 지하실 구경

하게 될 겁니다." 역시 <작전>의 대사다. 아니나 다를까. 이 종목들 거래가 이뤄지자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런데 역시

나 잠시 반등을 주는 것 같더니 다시 곤두박질 친다. 지하 2층, 3층까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간다. 이들 종목들 가운데

는 상장폐지가 될 종목도 있겠지만 분명 누군가의 '장난'이 개입된 종목들도 있다. 세력, 또는 대주주가 물량을 던지며

개미들의 투매를 끌어내는 거다. 이미 많게는 90%가 넘는 투자금을 날린 개미들의 주식마저 털어가려는 잔인한 사람

들이다.





얼마 전 유망했던 코스닥 상장사 한 곳의 대표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경제계, 증권가에 시사하는 바가 큰 뉴스였다.

한 경제지 기자는 트위터에 씁쓸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요새 같아선 정말 직접 투자하는 분들 말리고 싶다."는 글을 남

겼는데 어떤 기사보다 인상적으로 와 닿는 한 마디였다. 누군가 그랬다.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은 주식을 그만 두는

것"이라고. 또 누군가는 그랬다. "내가 했던 어떤 거래들보다 가장 후회되는 건 주식을 시작한 것"이라고. 이를 알고 있

음에도 그 개미들은 이미 자신들이 발을 디딘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얼마를 벌든 얼마를 날리든 선택은 자신

이 내리는 거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는 거다. 오늘도 국가 공인 '투전판'에 수많은 개미들이 뛰어든다. '남의

말 듣고 감으로 투자하는' 개미들, 대한민국 증시를 굳건히 받쳐 주는 개미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