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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마이더스>의 주가조작, 주식시장의 일상




SBS의 <마이더스>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드라마를 보지 못해 내용을 몰랐는데 한국의 증권가를 배경으로 기업의 인


수, 합병을 그린 드라마라 한다. 최근 관심을 갖게 된건 뉴스 하나 때문이었다. 금융감독원에서 제작진 측에 경고문구

를 삽입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3천원 정도 하는 세진바이오 주식을 5천원 아래서 1만주 가량 매집하고서 그걸 대략 4만원까지 끌어올린 다음 팔 예

정이야." <마이더스>의 주인공, 펀드매니저 출신 변호사 김도현(장혁)의 대사다. 대사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는 주가

조작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경고문구는 "실제 주가조작은 후속 매수세력이 없어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

며 성공할 경우에도 매매기록 등을 통해 적발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임을 알려드

립니다."였다. 어이 없는 웃음이 나오는 문구다.


"대한민국에 작전주 아닌 주식 있냐?" 영화 <작전>에 나오는 대사다.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엔 '작전'이 가득하다. '작

전'은 매일 매일의 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이고 수많은 개미들이 '작전'을 따라다니며 그에 따라 울고 웃는다. 물론 대부

분은 '털리고' 물러난다. <마이더스>는 이런 한국의 주식 시장을 묘사하고 비판하는 내용을 시청자(특히 주식 투자자

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며)에게 전달한다.


한국의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초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개인들 사이에는 "금감원

을 비롯한 금융 당국이 작전의 일부"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다. 저 경고문구가 쓴 웃음 짓게 하는 이유다. 금감

원이 경고 문구를 요구한 건 "작전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걸리면 크게 처벌받는 중대한 범죄"임을 알리고자 함이 아닐

거다. 그냥 매일 같이 일어나는 저런 '불편한 진실'이 시청자와 사회 일반에 알려지고 '까이는 게' 불편하기 때문일 거

다. 아닌 말로 저건 개미들 털어 먹는 투기 자본과 금융 당국을 '까는' 드라마(로 볼 수도 있기)이기 때문이다.  




보도된 증권거래소 관계자 인터뷰에는 "시세 조종은 전자기록을 통해 증거를 남기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렵지 않다."는

내용이 있고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 가운데는 "작전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특히 주가가 한껏 오른 후 후속 매수세력

이 나타나지 않아 처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작전 세력은 그리 만만하

지 않다. 그쪽에도 뛰어난 선수들은 얼마든지 많다. 


영화 <작전>, <마이더스>와 비슷하다. 시간을 두고 저가에 물량을 확보한다. 그렇게 매집이 끝나면 작전 주체들끼리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 주가는 거래량 없이 올라간다. 이렇게 해서 목표가에 도달하면 개미들에게 던진

다. 영화에선 작전 주체들이 서로 배신할 계획이었기에 실패했지만 저게 작전의 기본이다. 작년에 이런 저런 방법으로

끌어올려 '해 먹은' 종목들이 많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작전도 갈수록 진화한다. 상한가 행진을 해도 거래 없이 올

라가지 않는다. 거래가 터지면서 올라간다. 주가도 크게 빠지지 않은 상태로 물량을 정리하기도 한다. 거기에 소위 '2

차 랠리', '3차 랠리',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이런 작전들, 금융 당국이 잡아내기 쉽지 않다. 아니 정

확히 말하면 단속하고 잡아낼 의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정작 조사하고 잡아야 할 곳은 눈 감고 애먼 종목들에 '엉

뚱한' 코멘트를 해 주가를 주저 앉히는 게 우리네 금융당국이다. 물론 알 만한 개인들은 다들 아는 얘기고 실제 개인들

은 금융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영화 <작전>에서 강현수(박용하)의 "지금 저더러 작전을 보란 말입니까?"라는 질문에 황종구(박휘순)는 이렇게 답한

다. "작전은 무슨.. 숨어있는 저평가 주에 힘 좀 실어주자는 거지." 웃음도 나오면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명언이다. 

그래 '작전'은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