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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어린 아이 진중권과 어른스러운 고종석



강준만, 진중권이라는 인물들이 왕성히 활동하던 시기. 고종석이라는 인물도 있었다. 언론인이면서 소설가, 수필가, 또한 국어학자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강준만, 진중권의 글과 함께 고종석의 글도 많이 읽었다. 특히 <서얼단상>이라는 책을 여러 차례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한국, 미국, 프랑스의 정치 이야기 뿐 아니라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도 깊이있게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진중권과 고종석의 책에서는 서로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폭력과 상스러움>이던가. 거기서 진중권이 고종석을 언급했던 걸 본 기억이 있다. 특정 사안(노동조합에 관한 의견이었다.)에 있어서 고종석과 충돌이 있었지만 진중권은 고종석에 관해 '우호적'인 문장을 기술했다. 어떤 책, 어떤 글에서든 비난과 조롱에 익숙한 진중권이기에 그 문장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고종석에 대한 열렬한 독자이기에 고종석이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 나 역시 반가웠고 관심있게 지켜봤다. 어느 날 진중권과 고종석의 대화를 볼 수 있었다. 진중권이 고종석에게 '형'이라 호칭했다. 무례하고 험한 말을 일삼는 진중권이지만 고종석과는 '호형'(호제는 모르겠지만)하는 관계가 되었나 싶었다. 어떤 부분에서 고종석의 인품이 보이기도 했다. '고종석에겐 진중권 같은 이도 '형'이라 호칭할 정도의 인품, 어른스러움이 있구나.' 생각했다.


고종석의 트위터에는 흥미로운 소재의 흥미로운 글이 자주 등장한다. 이틀 전인가도 그랬다. 김현, 황석영의 이름이 보였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떤 내용인지 살폈다. 고종석의 코멘트라면 그 자체로 나에겐 가치가 있다. 그러던 중 '대박' 트윗을 발견했다. "황석영이 김영하의 재능을 껄끄럽게 느끼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황석영이라든지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해 조금만 알아도 크게 관심이 생기는 문장이다. 더구나 그 문장을 쓴 이가 '어른스러운' 언론인 고종석이다. 그리고 진짜는 그 뒤에 이어졌다. 자신은 한윤형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지만 질투가 안 난다는 내용이다. 고종석의 글을 읽어보면 그 역시 보통의 글쟁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고의 깊이, 내용, 무엇보다 문장을 볼 때 그는 웬만한 논객, 글쟁이들보다 훌륭하다. 한윤형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고종석이 한윤형을 저토록 칭찬하니 한윤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데 이대로 끝나면 허전하다. 앞서 진중권을 괜히 언급한 게 아니다. 여기에 시대의 '논객' 진중권이 끼어든다. 그냥 그대로 끝났으면 훈훈하고 좋았겠지만 시대의 '오지랖' 진중권이 한 마디 안 할수가 없다. 진중권은 "왠 겸손.. 이거저거 따지는 논리는 몰라도.. 내용이나 문장은 형하고 비교할 수 없죠."라고 고종석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진중권이다. 고종석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종석이 뛰어난 글쟁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진중권이 거들지 않아도 고종석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고종석은 그저 까마득한 후배의 재능을 칭찬한 것이고 이는 누가 봐도 보기 좋은 덕담(일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다.)이다. 어느 쪽이건 한윤형이 그로 인해 우쭐해서 볼썽사나운 꼴을 보일 것도 아니고 그저 '어른'의 칭찬을 기분 좋게 받고 말 것이다. 


만약 지금 진중권과 한윤형이 예전처럼 '정상'적인 관계였다면 진중권의 저런 멘션은 아무렇지 않게 보였을거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쟁을 벌이고 갈라진 상태다. 그리고 그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보았듯 진중권의 히스테리다. 그런 상황에 진중권은 고종석의 한윤형 칭찬에 잽싸게 끼어들어 한윤형을 깎아내린다. 그의 유아적 행동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진중권에게 '어른스러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렇게 고종석과 비교하고 보니 진중권의 졸렬함과 어린 아이같은 유치함이 유난히 돋보인다. 







글을 마치고 보니 고종석이 진중권과 한윤형의 화해를 바라는 트윗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겠지만 쉽지는 않을거다. 이건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고 여러 사안을 두고 쌓여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기에 그렇다.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진중권 패밀리 박권일과 같은 이도 진중권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몇 달 전만 해도 "다른 논객들이 그냥 '커피'라면 진중권은 '티오피'다."라며 反 진중권 세력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던 박권일조차 진중권에 등을 돌리고 공개적으로 비판글을 올렸다. 사방에서 진중권을 '개새끼'라 한다. 어차피 진영 가리지 않는 진중권이기에 물론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지식인, 자신에게는 오류가 없다고 확신하는 지식인, 누구보다 감정적이면서 스스로 논리적이라 착각에 빠져있는 진중권에게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