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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트위터에서 진중권이 한윤형을 블락하다.



공지영의 <의자놀이>라는 작품이 화제다. 알려진대로 '쌍용차 사태'를 소재로 한 그녀의 첫 르포르타주다. 작가와 출판사가 수익 전부를 쌍용차 피해자들에게 기부한다 해서 더욱 화제다. 거기 더해 이슈 하나가 추가됐다. 노동운동을 하는 하종강이 공지영이 자신의 칼럼을 <의자놀이>에 무단으로 인용했다고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나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오지랖' 넓은 진중권 덕분에 상황을 상세히 알게 됐다. 진중권은 "그리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닌데 하종강이 '오버'를 했고 공지영 역시 뒤에서 하종강 험담 조금 하고 끝낼 일을 트위터에서 크게 떠들면서 문제가 된 사안" 정도로 정리했다. 물론 따지고 들어가면 카피 라이트, 카피 레프트의 문제도 나오고 인용 따위를 할 때 통상 어떻게 표시를 하는지 등 이야기거리는 많다.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종강이 칼럼에 인용한 르포작가 이선옥 역시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일단 나는 진중권 부류가 혐오하는 '진영'과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에 앞서 공지영 쪽에 기울어서 상황을 읽었다. 진중권은 공지영에게 親공지영 멘션을 던지며 시종 공지영의 편에 섰다. 칼럼이라는 것이 카피라이트를 주장할만한 것이 못된다는 게 진중권의 말이었다. 또한 '~에 따르면'이라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게 관례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많은 칼럼과 책을 써오며 저작권에 관한 상식을 총동원한 진중권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었다. 







이때 재미있었던 사건이 진중권과 한윤형의 논쟁이다. 청년논객으로 유명한 한윤형은 익히 '진중권빠'로 알려져 있고 '진중권 키드'로 봐도 무방한 논객이다. 지금 진중권의 팀 블로그 '리트머스'에도 글을 쓰고 대체로 진중권과 정치, 사회적 의견을 비슷하게 갖는 '동지'라 할 수 있다. 이 한윤형이 가끔 진중권과 의견을 달리하며 트위터에 볼거리를 제공할 때가 있는데 이 때도 그랬다. 대립의 모양새가 꽤나 흥미롭게 진행됐다. 그래도 그렇게 '쌈질' 좀 하다 말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오늘 트위터에서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주호민이라는 웹툰 작가가 "<의자놀이>가 잘 팔리면 내 아내의 밀린 고료 좀 지급해 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의자놀이>의 출판사는 '휴머니스트'고 주호민의 아내가 고료를 받지 못한 곳 또한 공교롭게도 '휴머니스트'다. 이데 대해 공지영이 "<의자놀이>를 발간했다고 이런 곤혹을 당하면 누가 이런 일을 하겠나. 자제해달라."는 트윗을 올렸다. 주호민과 공지영의 트윗은 트위터에서 짧은 시간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고 공지영, 진중권 외에도 한윤형, 허지웅까지 이 사안에 끼어들었다. 한윤형은 업계의 고료 지급 관행에 대해 글을 올리며 "연재물과 달리 단행본의 경우 펑크내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렇다."는 내용의 글을 썼는데 이를 진중권이 "남들이 그런다고 자신도 그러면 안되죠."라고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한윤형은 진중권의 트윗을 리트윗했고 진중권은 곧바로 "참 비열하네요. 앞으로 상종하지 맙시다."라며 한윤형을 블락해버렸다.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면 주호민에 대한 공지영의 멘션은 어이가 없다. 작품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기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작업한 출판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고료를 주지 않는 상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공지영은 좋은 일도 많이 하지만 가끔 보면 영락없이 철없는 소녀다. 진중권이 "진중권은 불량끼 있는 왕자병 환자라면 공지영은 푼수끼 있는 공주병 환자"라고 했는데 진중권과 왕자병은 매치가 힘들지만 여러가지 사안에서 공지영은 정말 '철없는 공주'라는 생각이 든다. '공주'보다는 '철없는'에 방점을 찍는 게 옳지 싶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이없는 트윗이 종종 올라온다. 트위터는 불특정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작가' 공지영에게 그리 플러스가 되는 도구가 아닌 것 같다.     



주호민이라는 만화가 건도 재미있다. 진중권과 주호민의 대화를 보면 별다른 분위기가 안 읽히는데 한윤형은 진중권이 주호민에게 틱틱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진중권이 자신에게 보낸 멘션을 리트윗했고 결국 진중권에게 "상종하지 맙시다."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야 몰라도 진중권과 한윤형 사이에는 이미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 한윤형의 리트윗은 별 문제가 없지만 이들 사이에 이미 감정의 골이 있었기에 이게 진중권을 크게 자극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마 하종강, 이선옥 논쟁에서 이어져왔을거다. 







오늘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단연 큰 뉴스는 진중권의 '한윤형 블락'이다. '같은 편'이라는 표현이 유치할 수 있지만 여하튼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에서 비슷한 포지션을 취해 온 '동지 이상의 동지' 같은 두 사람이 이렇게 갈라졌다. 진중권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한윤형은 '개새끼'까지 입에 올리며 열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진선생'이라 호칭하던 블락 직후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진중권의 사과가 더욱 불을 지핀 모양이다. 진중권도 사과했다시피 이번 건은 누가 봐도 진중권이 잘못했다.(진중권은 이곳 저곳에서 '개새끼' 취급 당하게 됐다. 천상 욕 먹을 팔자인가보다.) 진중권, 한윤형과 얼추 비슷한 동지 허지웅은 진중권 비판은 빼고 공지영 쪽으로 타겟을 맞췄다. 블로그를 함께 하고 있는 진중권 패밀리 이택광 같은 이의 생각도 궁금해진다. '진중권의 한윤형 블락', 짧지 않은 시간 트위터를 하며 봐온 어떤 사건보다 흥미로운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