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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드래그 미 투 헬> 코믹 공포를 선사하는 샘 레이미의 신공




개봉일 : 2009년  6월 11일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로 영화가 끝난 후의 찜찜함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악령이 등장

하는 공포영화, 소위 호러 영화라든지 유혈이 낭자한 슬래쉬 무비 어느 쪽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크림

>시리즈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같이 스타일이 좋고 드라마가 괜찮았던 영화는 '의

무감'에 보기도 했지만 보면서도 '괜히 봤다.'며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파이더 맨>이라는 공전의 슈퍼 히어로 히트작을 만들어 낸 샘 레이미라는 감독이 있다. 평단과 관객 양쪽

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스파이더 맨>을 창조해 낸 샘 레이미 감독의 고향이 바로 공포영화다. 그는 일찌

감치 <이블 데드>라는 걸작 호러로 이름을 얻은 그 분야의 선수다. <스파이더 맨>에서 또 다른 재능을 펼쳐 주

류영화를 평정하긴 했지만 그의 정서는 역시 <이블 데드> 쪽에 가깝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영화사를 다

시 썼지만 <고무인간의 최후>라든지 <디스트릭트 9>과 같은 영화와 뗄 수 없는 피터 잭슨과의 비교가 적절하

지 싶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외출했던 샘 레이미가 2009년 내놓은 호러 영화가 <드래그 미 투 헬>이다. 샘 레이미

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당시 TV CF까지 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했고 나 역시 샘 레이미의 고향을 찾는다는 기

분으로 관람했다. 악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리차드 도너 불멸의 명작 <오멘> 이후 크게 흥미를 끄는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왠지 이 영화는 시놉시스와 함께 샘 레이미라는 이름이 더해져 뭔가 기대를 충족시켜 주리라는

느낌이 있었다.   



은행에서 일하는 크리스틴(알리슨 로만).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달라는 노파와 마주한다. 마음 약한 그녀는 고민

하지만 이런 일을 잘 처리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지점장의 말에 노파의 부탁을 거절한다. 크리스틴에게 모욕

당했다고 생각한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악령의 저주를 퍼붓는다. 악마 중의 악마라는 라미아의 저주, 그녀는 3

일간 악마에게 시달리고 지옥으로 끌려갈 운명에 처한다.





내용은 이렇게 간단하다. 별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예고편만 봐도 흥미가 생길 정도로 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끈다. 또한 일상의 간단한 상황 속에서 공포를 만들어 내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평론가 이

동진은 이 영화에 대해 "너저분한 호러를 만드는 후배들에 대한 샘 레이미의 일갈"이라 평했는데 전적으로 공

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래그 미 투 헬>은 인상적이다. 일부 관객은 이 영화를 호러가 아닌 코미디라 표현하기

도 했는데 크리스틴이 코피를 쏟는 장면, 노파의 주먹이 크리스틴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공동묘지에서

십자가가 크리스틴을 때리는 장면 등은 감독이 작정하고 관객을 웃기기 위해 넣은 장면이다. 또 재미있으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런 장면도 몇 군데 있는데 그런 요소가 하나하나 더해져서 샘 레이미 스타일의 호

러 <드래그 미 투 헬>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음향의 역할이 크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바람소리 외에 다

양한 사운드가 순간 순간 관객을 놀라게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영상에 더해진 음악은 영화의 공포를 배가

시킨다. 그게 공포영화를 보는 큰 재미이기도 하다. <드래그 미 투 헬>을 보다 보면 악마 중의 악마라는 라미

아를 비롯한 갖가지 악령에 대해서도 또 악령을 쫓는 의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긴다. 21세기를 살아가지만

악령, 혼령의 존재를 믿는 인간에게 그 문제에 대한 접근은 분명 아날로그 방식일 수 밖에 없다. 심령술사가

라미아를 쫓는 퇴마 의식을 집중해서 보게 되는 이유다.



영화 속에서 크리스틴은 지옥으로 끌려갈 운명에 맞서 승리하는 듯 하지만 예기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

다. 샘 레이미는 반전 조차도 위트있게 그려낸다. 영화의 끝은 시작과 동일하게 <DRAG ME TO HELL>이라는

타이틀로 강렬하게 장식한다. 공포와 웃음이 어우러진 샘 레이미의 익스트림 판타지 호러 <드래그 미 투 헬>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