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inion/Media & Culture

인간적인 정치인, 미국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농구 경기장에서 미국 조지타운 대학팀과 중국 바이 로켓츠의 친선경기가 있었

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춘 스포츠 외교 이벤트였다. 경기 도중 양팀 선수들의 난투극

이 벌어졌고 퇴장하는 미국 선수들을 향해 중국 관중이 물병 등 물건을 던지면서 행사는 엉망으로 마무리됐

다. 이런 일로 양국 외교에 문제야 있겠냐마는 경기를 관람한 바이든 부통령이 다소 머쓱하긴 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뉴스에 드러난 바이든 부통령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부통령은

세계의 부통령이라 하기에 어색함이 없다. 바이든이라는 정치인이 국내에 일반적으로 알려졌다고 보기는 힘

들지만 개인적으로 오바마가 대선 레이스 당시 그를 러닝 메이트로 지명했을 때부터 바이든이라는 정치인에

게 애정(!)이 생겨 그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008년 대선 레이스 당시 버락 오바마와 조지프 바이든 


언론인 고종석의 <서얼단상>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정치가 뭔지 거의 모를 중학생으로서, 나는 72년 선거에서 왠지 리처드 닉슨이라는 이름보다는 조지 맥거

번이라는 이름에 마음이 더 갔다. 맥거번이라는 이름이 닉슨이라는 이름보다 내 귀에 더 멋지게 들렸던 것일

까? 그 뒤로 민주당에 대한 내 지지는 일편단심이었다. 비록 내게 투표권은 없었지만. 나는 76년과 80년 선거

에서 지미 카터를 지지했고, 84년 선거에서 월터 먼데일을 지지했고, 88년 선거에서 마이클 듀카키스를 지지

했고, 92년과 96년 선거에서 빌 클린턴을 지지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앨 고어를 지지했다...   




오래 전 책을 읽으면서 공감 또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이다. 정치에 관심이 생길 무렵인 9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에서 나 역시 빌 클린턴을 지지했다. 그리고 2000년 선거에서는 앨 고어를 지지했다. 고종석이 기록했듯 앨 고

어는 하버드 출신의 매끈한 귀족이다. 거부감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지

지할 충분한 아니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물론 내게도 투표권은 없다. 그래도 열과 성을 다해 지지했다. 그가 전

체 득표수에서 이기고 선거인단에서 패해 미국이 시끄러웠을 때는 나 역시 흥분했고 고어가 절대 승복해서는

안 된다고 열을 내기도 했다. 고종석의 표현을 빌리면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 연설 도중 졸고 있는 바이든 부통령                            

시간이 흘러 2004년 선거에서는 외적으로는 전혀 매력없지만 (앨 고어를 기억해 볼 때 많이 비교가 됐다.) 단

지 민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시 존 케리를 지지했고 2008년에는 민주당이면서 흑인 정치인인 버락 오바마

를 당연히 지지했다. 그리고 작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표결에 부

쳐질 때는 CNN의 생중계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곧 오바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며 흥분하고

기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그 감동(!)을 전한 바 있다. 고종석이 표현한 '민주당 인자'가 내 안에 있는 게 아닐

까 싶을 정도로 나는 열성 민주당 지지자다. 



아무튼 다시 바이든으로 가서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러닝 메이트를 선택할 무렵. 후보에 오른 인

물들 가운데 바이든이 낙점된 이유는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가 젊은 그리고 흑인이기 때문이었다. 70을 바라보

는 노련한 백인 정치인, 언뜻 보면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두 사람의 매치는 아주 괜찮은 조합이었다. 그리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세라 페일린이라는 상대도 그렇게 위협적이지 못했기에 그들의 승리는 어렵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조지프 바이든을 좋아하게 된 큰 이유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다. 그는 말 실수가 잦은 정치

인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구설에도 자주 오르지만 그게 바이든의 큰 매력이다. 위 영상은 건강보험 개혁법

안이 통과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 회견에 앞서 바이든 부통령이 오바마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바이든이

오바마에게 말한다. "This is a big fucking deal." 귀에 대고 말하긴 했지만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

다. 당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장면이다.


'fuck'이라는 단어를 영화에서 쉽게 듣는다고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걸로 이해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 자리는

최고로 다듬어진 고급스런 영어가 쓰여야 할 자리다. 미디어가 'F-Bomb'이라 표현하는데서 언어가 얼마나

부적절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바이든은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의 언어가 크게 거슬리지 않

았다. 오히려 재미있고 유쾌했다. 그는 그의 기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와는 그리 상관이 없는 먼 곳

에 있는 남의 나라 정치인이지만 그를 보면 그냥 재미있다. 근엄하고 권위적인 정치인들 속에서 편안하고 인

간적인 정치인, 미국의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이라는 독특한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