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Talk

영화 속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 관객의 카타르시스




뤽 베송 감독의 <레옹>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No women no kids. (여자와 아이는 안돼.)" 영화 속

살인청부업자 레옹(장 르노)이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에게 하는 말이다. 비록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청부업자지만 결코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규칙, 자신의 철학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서양 사회는 '여자와 아이'는 약자,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생각이 반영된 장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타이타닉>에서 배

가 침몰할 때 구명보트에 사람들을 태우면서 선원들이 외치는 말도 "Women and kids. (여자와 아이가 먼

저)"다.   





영화를 보면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다른 남자가 '응징'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

는(?) 장면이라 이런 부분만 골라서 반복해(?) 보기도 하는데 상당수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이기도

하다. 감독은 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장면을 삽입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 관객은 물리력을

가하는 인물에 감정적으로 크게 공감하며 몰입한다.



97년 영화 <콘에어>에서 가석방되어 죄수 수송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카메론 포우(니콜라스 케이지). 비행기

를 죄수들이 탈취하고 아비규환이 된 비행기에서 23명의 여성을 강간한 기록이 자랑거리인 강간범이 여성 교

도관을 24번째 희생자로 만들려 하자 분노로 가득찬 주먹을 날린다. 아래 영상에서는 가볍게 손 보는 정도지

만 영화 말미에는 "Don't treat women like that. (여자를 그렇게 다루지 말라고 했지.)"라고 소리지르며 강간

범 쟈니를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 영상에서는 명배우 존 말코비치의 위용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자네

날 줄 아나? 명심해. 자네 물건이 바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넨 비행기 밖으로 나가게 될거야."   



                   


역시 97년 영화 <수어싸이드 킹>, 마피아 르오(데니스 리어리)는 실종된 보스 찰리(크리스토퍼 월큰)를 찾아

나선다. 단서를 찾기 위해 찰리의 단골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제니퍼의 집에 갔다가 우연히 그녀의 양부가

제니퍼를 추행하고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르오는 좋게 말한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유

전적 결함이라고 하지." 그러면서 자신이 겪었던 가정폭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설득, 경고한다. 의붓딸

에 대한 폭행을 중지할 것을. 그런데 여기서 의붓 아버지가 말을 들으면 영화가 되겠는가. 당연히 거부한다.

돌아서는 르오에게 "나가서 그 창녀 좀 들어오라고 해. 하던 거 마저 해야 하니까." 르오는 토스터를 손에 쥐고

그를 흠씬 두들긴다. 누가 볼까 제니퍼는 창문으로 달려가 얼른 커튼을 친다. 집을 나서는 르오의 한 마디

"Sorry about the toaster. (토스터 미안해요.)"가 재미있다. 지금 토스터가 문제겠는가.

             

                 

LonoVecchio by


90년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헨리(레이 리오타)는 캐런이라는 여자를 좋아한다. 어느 날 캐런이 울

면서 동네 남자들이 자신을 희롱하고 괴롭힌다고 말한다. 다혈질 헨리는 곧 그들을 찾아가 캐런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녀석을 완전히 묵사발을 만든다. 동네 양아치들이 상대를 잘못 고른 셈이다. 죽지 않을 만큼 때리고

한 마디 한다. "If you touch her again. You're dead. (또 다시 그녀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어.) 이런 말이 적

절할 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나' 싶다. 남자가 봐도 그런데 여자가 보면 어떨까. 캐런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다가 만족한 얼굴로 남자를 맞이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완전히 반했다.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에 대한 본능이다.               
          
                
                  
            

주먹에 주먹으로 맞서서는 안 되는 법이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적

어도 '이성의 사회'라면 그게 맞을 거다.) 사람이 늘 이성적일 수는 없는 일이고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어디 그

런가. 아무래도 저런 장면을 보면 시원하고 통쾌한 게 관객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