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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제프 브리지스, <아이언맨>에서 <더 브레이브>까지..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더 브레이브>를 봤다. 제프 브리지스가 꽤 멋지게 등장하는 영화를 생각했다. 포스터에

나오는 모습은 그런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알콜 중독에 제 한 몸 가누지 못하는 에꾸눈 카우보이. 영화 속에

서 그를 보는 내내 뭔가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언맨>에서의 강인한 캐릭터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서 '망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배우 제프 브리

지스. 그에 대해 생각나는 내용들을 끄적여 본다.




<사랑의 행로>, <배니싱>, <피셔 킹> 등 좋은 영화가 많지만 내가 제프 브리지스라는 배우를 처음 인상적으로 본 영

화는 96년 작품 <화이트 스콜>이었다. (그 당시 영화를 볼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감독이 리들리 스코트다. 이것도 놀

랍다. 리들리 스코트의 영화는 정말 다양하다.) 13명의 소년을 이끌고 바다로 나가는 해양학교 선장 스키퍼 역할의 제

프 브리지스. 영화는 성장영화, 모험영화이면서 감동드라마다. 영화의 말미 청문회에서 이 작품은 <죽은 시인의 사회

>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한다. 15년 전의 제프 브리지스, 지금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흡사 발 킬머를 연상케 하는

모습. 하긴 그토록 멋졌던 발 킬머도 지금은 적지 않은 나이다. 




이보다 2년 전인 94년에 나온 <분노의 폭발(Blown away)>도 대중영화로 손색 없는 작품이다. 폭발물 제거반을 다룬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키아누 리브스의 <스피드>가 주인공 잭(키아누 리브스)의 액션에 집중하

며 악당 하워드(데니스 호퍼)와의 대결에 촛점을 맞췄다면 <분노의 폭발>은 지미(제프 브리지스)와 라이언(토미 리

존스)의 대립을 축으로 가져가기도 하지만 폭발물 제거반에서 일하는 경찰의 삶을 조명한 영화다. 영화가 끝난 후 나

오는 자막, 폭발물 제거반에서 일하며 희생된 경찰에 대한 추모글도 가슴 뭉클하다. 제프 브리지스와 투 톱으로 나선

토미 리 존스의 광기 어린 명연기도 볼 만하고 아일랜드 '역사'를 다룬 영화답게 삽입된 아일랜드 대표그룹 U2의 음악

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2008년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은 <아이언맨>에선 저 사람이 제프 브리지스가 맞나 싶었다. 탐욕으로 가득한 군수업

자 오베다이아 스탠. 머리를 깨끗하게 밀고 악역 오베다이아로 분한 제프 브리지스. 물론 작품의 주인공은 로버트 다

우니 주니어다. 기네스 팰트로까지 출연해 제프 브리지스는 큰 비중이 없었지만 내겐 토니 스타크라는 뉴 히어로 캐릭

터를 만들어내며 배우로서 새롭게 주목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만큼 제프 브리지스의 변신이 흥미로웠다. 영화 후

반부 새로이 창조한 수트로 무장하고 토니와 싸우는 오베다이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액션 연출이 대체로 뛰어

나긴 하지만 관객을 몰입케 하는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명불허전, 수십 년 경력 배우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2009년 완전히 배우를 위한 영화 <크레이지 하트>가 나왔다. 어떤 평론가는 "배우가 일생 한번 있을 영화와 만

난 경우"라는 평을 했다. 예전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가 나왔을 때 '잭 니콜슨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위한 영화

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 영화도 딱 그런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프 브리지스를 위한 영화다. 물론 한 편의 영화를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중량감 있는 배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시골 바에서 노래하며 술에 찌들어 살

고 있는 왕년의 컨츄리 스타 배드 블레이크. 운명의 여자를 만나고 그녀와 사랑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헤어진다. 그리

고 재회. 정형화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간다. 상투적이지만 훌륭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단점들을 덮는다.

대배우 로버트 듀발의 출연도 눈에 띄고 콜린 파렐이 비중없는 역할이지만 토니 스윗 역을 맡아 노래하는 장면도 볼

만하다.        


리들리 스코트에서 코엔 형제의 영화까지.. <아이언맨>의 강철 수트에서 <더 브레이브>의 에꾸눈 주정뱅이 보안관까

지.. 드디어 2010년엔 <크레이지 하트>로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제프 브리지스.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