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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달빛 길어올리기> 정병국, 유인촌과 이창동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가 상영 중이다. 임권택 감독이야 흔한 표현으로 한국영화의 산 증인


이고 한국영화의 어른, 거장이다 보니 영화만 만들면 언론에서 크게 다뤄주고 화제가 된다. 이번 영화도 '임권택'이라

는 이름 덕에 학교 단위의 단체관람, 기업체 단체 관람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나도 중, 고등학생 시절 단체관람 다녀

봤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풍경이다. 어떤 영화를 보기 위해 취향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을 하나의 극장 안에 몰아

넣다니. 여하튼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 3월 25일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카디리 극장을 방문했다. 영화를 보고 감독, 배우들과 담소를 나누

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정병국 장관은 "반 평생 한국영화의 발전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신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번 '달빛 길어올리기'로 한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주시길 기대하고 영화의 흥행 또한 기원

한다."고 말했고 임권택 감독은  "바쁘신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관람해 주시니 감사드린다. 와 주신 모든 분들의 관심

과 사랑 잊지 않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주무부처의 장관으로 이런 활동이야 물론 바람직하다. 다만 문화부와 정병국 장관을 보며 떠오르는 몇 가지를 끄적여

본다. 이전 유인촌 장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람이다. 워낙 '많은' 활동을 한 사람이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권과 다른 '색깔'을 가진 기관장들을 내보낸 사건이다. 안 나간다는 사람들은 '협박'까지 해가며 대단한 활동을

보였다. 그래도 그는 '예술인' 출신의 장관이었다. 온갖 '패악'으로 점철된 임기였지만 어쨌든 본인은 괜찮은 예술인

출신 장관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정병국 장관, 청문회에 진통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야 누구나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이니 야당도 별 문

제 삼지 않았고 무난하게 장관이 됐다. 정병국 장관은 언론 관계 작업을 위해 MB정권 후반기 문화부를 맡았으니 당연

히 그 쪽에 비중을 두고 업무를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런 외출은 그냥 잠시 바람 쐬는 활동인 셈이다.    

 
문화부 장관을 얘기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이창동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유인촌 장

관과 많이 비교가 됐다. 이창동 감독은 물론 재직 당시 있는 듯 없는 듯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했던 사람이다. 유인촌

장관처럼 매일 같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슈 메이커가 됐던 사람과는 다르다. 물론 두 사람은 비교가 무의미하고 비교

불가하다.




그런 이창동 감독이 2010년 작품 '시'의 제작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심사에 지원했는데 0점을 받아 화제

가 됐다. 정치적으로 이뤄진 심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리고 칸으로 간 이창동과 '시'. 작품상, 감독상, 각

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손에 쥐고 돌아왔다. 작품상, 또는 감독상을 놓쳐 아쉬웠

지만 특별히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게 어딘가. 국내에선 환호했고 영진위는 민망했을 것이다. 하긴 애초에 그런 걸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 수상 직후 유인촌의 "이창동 감독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준 것"이라는 몰상식한 인터뷰도 화제

였다. 칸이 그런 곳이던가. 이래저래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유인촌이다.    


유인촌이야 언급할 게 없고 정병국은 누가 봐도 '괴벨스'를 자임하고 들어온 사람이다.(아! 최시중이 있었군. 뭐 둘이

역할 분담해 알아서들 할테고) 근래 이 나라 문화부의 수장으로 제대로 '품위'를 갖춘 장관은 이창동이 유일한 사람이

면서 최고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언제 또 이창동과 같이 품위있는 문화부 장관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