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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이지 라이더> 체제에 반항해 자유를 갈망한 청춘들



빌리(데니스 호퍼)와 와이어트(피터 폰다)는 자유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다. 마약을 거래해 돈을 번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마디그라가 벌어지는 뉴올리언즈를 향해 달려간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영화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가 빼어난 것도 아니다. 어떤 반전이 있지도 않고 재미를 느낄만한 특별한 요소도 없다. 이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영화가 제작된 60년대 후반으로 가야 한다. 


영화를 보면 60년대 후반 미국의 분위기에 다소 의아해진다. 69년, 아무리 60년대지만 미국이란 사회에서 장발에 선글라스와 같은 다소 튀는 모습이 기성세대에게 그토록 거부감을 주는지 생각하게 된다. 빌리와 와이어트가 배척되지 않고 어울릴수 있는 곳은 히피들의 공동체(코뮌) 뿐이다. 어디에서도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 여기지 않는다. 끼니를 때우러 들어간 식당에서 옆에 있는 남자들은 대놓고 "손을 봐 주겠다."며 위협적인 말을 늘어놓고 허가없이 행진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들을 유치장에 넣는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노숙은 일상이다.





빌리와 와이어트는 체제와 문화에 반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어트의 오토바이와

헬멧에 있는 성조기 문양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하긴 국가라는 것과 정부(권력), 체제는 다른 것이니 와이어트에게 보이는 성조기가 어색할 이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본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은 자신들이 가진 힘, 체제를 국가와 동일시하는 성향이 있지 않던가. 그들에게 '자유'는 무분별한 '방종'과 다르지 않고 이는 곧 자신들의 체제, 기득권을 위협하는 대상이 된다. 


<13일의 금요일>에서 무리를 몰래 빠져나와 성관계를 가지려 하는 10대 아이들은 살인마의 표적이 된다. 이 영화에서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는 아이들은 '방종'에 빠진 '위험'한 아이들이다. 동시에 기성세대와 제도권 사회를 위협하는 아이들이고 당연히 계몽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이지 라이더>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안관을 비롯해 모든 남자들이 빌리 일행(방종에 빠진 위험한 녀석들)을 위협하는 식당에서 오직 10대 소녀들이 이들이게 호감을 보인다. 식당을 떠나는 이들을 따라가 오토바이를 태워달라고 말하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기성세대는 "저 놈들을 그냥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외모에 체제를 어지럽히는 놈들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수 없는 그리고 몰아내야 하는 이물질이다. 



                    



식당에서 쫓겨난 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조지(잭 니콜슨)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조지가 빌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네 겉모습에 놀란거야. 너에게서 자유를 본 거지. 그들은 자유로운 사람을 겁내고 위협을 느끼거든." 기성세대와 제도라는 시스템에 '자유'는 '위협'이다. 기성세대 역시 '자유'를 말하지만 말하는 것과 행동은 별개다. '체제'라는 안전판에 익숙해진 그들은 불편하고 불안한 '다름'을 용인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다름'은 '그른' 것이다.


피터 폰다의 아버지 헨리 폰다는 아들이 출연한 영화라 해서 <이지 라이더>를 수차례 관람했지만 도무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의 헨리 폰다만큼 나이 든 피터 폰다나 데니스 호퍼, 잭 니콜슨 역시 이후 세대가 만든 비슷한 영화들을 보며 그들의 아버지 세대와 동일한 생각을 했을 것도 같다. 나이드는 것, 체제와 제도에 익숙해지며 '보수'화하는 것은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지 라이더>에서는 음악이 매우 중요하다. 빌리와 와이어트가 반 체제, 반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기에 음악 또한 반 문화의 기수라 할 수 있는 스테픈 울프,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이 삽입되었다. 특히 영화 도입부에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달리는 두 사람을 배경으로 흐르는 스테픈 울프의 'Born to be wild'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잭 니콜슨이다. 3명의 주인공 가운데 훗날 가장 명성있는 배우가 된 잭 니콜슨은 이 무렵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지 라이더>를 통해 배우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74년 작품 <차이나타운>, 75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80년 <샤이닝>과 같은 명작들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게 된다. 


지금의 감성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들고 지루할 수 있지만 6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여러 모로 놀라운 영화다. 훗날 대스타가 된 배우이자 감독들이 젊은 날 탄생시킨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걸작 <이지 라이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