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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대부>를 보며 뉴아메리칸 시네마를 추억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이 나왔을 때 세계 최대의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는 <인셉션>을 역대 3위의 영화에 올렸다. 당시 2위는 <대부>였고 1위는 <쇼생크 탈출>이었다. 취향에 따라 동의하기 어려운 탑 3일수도 있지만 그럭저럭 이해가 되는 순위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대부>는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1편과 2편은 어떤 리스트에서든 탑 10안에 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얼마 전 명절 특선영화로 한 채널에서 <대부> 1편과 2편을 방송했다. <대부>의 열렬한 팬으로 나 역시 집중해서 봤다. <대부>는 볼 때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명대사, 명장면으로 가득한 영화가 <대부>다. 1편에서는 영화 제작자의 이불 밑에서 그가 사랑하는 名馬의 머리가 나오는 장면, 영화 후반부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보스들을 학살하는 장면 등이 보통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2편은 일반적으로 1편보다 훨씬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클의 아버지 비토 꼴레오네(로버트 드 니로)의 삶이 현재 마이클의 삶과 교차로 보여지는 편집은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다. 2편의 압권은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촬영한 청문회 장면이다.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된 마이클은 과거 패밀리의 조직원이었던 프랭키가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프랭키가 증언하는 날 그의 형이 방청석 마이클의 옆 자리에 끌려오고 가족에 대한 위협을 느낀 프랭키는 마이클의 범죄에 대한 증언을 포기한다. 영화의 말미 마이클이 그의 형 프레도(존 카잘)를 처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의 누이 코니(탈리아 샤이어)가 와서 프레도 오빠를 살려달라고 사정하고 마이클은 그 부탁을 들어주는듯 하지만 결국 프레도를 죽일 것을 지시한다. <대부> 시리즈는 온화해 보였던 마이클이 무섭도록 차갑게 변해가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다. 마피아라는 폭력 조직을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단순히 그렇게 보기에는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워낙 묵직하고 깊이가 있다.  


<대부>를 가끔 보지만 이번에 보면서는 다소 다른 생각이 들었다. <대부1>은 1972년 작품이다. 문득 내가 이 무렵의 영화들 가운데 좋아하는 영화들이 생각났다. 먼저 1969년 작품 <내일을 향해 쏴라>, 조지 로이 힐 감독과 로버트 레드포드, 폴 뉴먼의 영화다. <대부> 제작 당시 제작사에서 마이클 역에 당시 이미 스타였던 로버트 레드포드를 캐스팅하려 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하지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마피아가 금발에 파란 눈이 말이 되느냐."며 알 파치노의 캐스팅을 밀어붙인걸로 알려져있다. 어찌됐든 알 파치노와 로버트 레드포드, <대부>와 로버트 레드포드는 인연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1973년에는 역시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어찌 보면 지금 케이퍼 무비들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영화다. <내일을 향해 쏴라>도 그랬지만 이 영화 역시 영화에 쓰인 음악이 인상적이다. <스팅>에도 역시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이 함께 출연하며 명작을 완성했다. 1969년에는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 라이더>가 나왔다. 자유를 갈망한 미국 젊은이들을 그린 영화.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히피들의 공동체. 마약에 취한 젊은이들의 환각까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그려낸 작품이다. 


<대부>를 보며 이런 영화들이 떠올랐다. 한쪽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를 다룬 갱 영화가 나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서부영화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지 라이더>와 같은 파격적인 로드무비도 나왔다. 생각해 보면 정말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던 시기다. 흔히 말하는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전성시대였던 셈이다. 그랬던 흐름이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를 기점으로 바뀐다. <죠스>가 큰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블럭버스터'(큰 자본을 투입해서 큰 수익을 노리는 영화)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후 미국의 영화는 블럭버스터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감독들이 하나 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당시 왕성하게 활동했던 감독들 가운데 마틴 스콜세지 정도가 거장으로 남아 지금까지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영화인들이 내놓는 영화들 중에도 재미있고 가치있는 영화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전 거장들이 만든 60년대, 70년대 영화들을 자주 찾아보게 된다. 미국의 명감독들이 이끌었던 미국 영화의 황금기, 영화팬들로서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