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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팟 캐스트 시대, <나는 꼼수다>에서 <저공비행>까지




어제 새로운 팟 캐스트 방송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첫 회가 올라왔다. 올라오기가 무섭게 사운드클라

우드로 들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알맹이로 꽉찬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가 팟 캐스트가 어떤 것인지 대

중과 언론, 사회 일반에 확실히 보여준 이후 다양한 사람들이 팟 캐스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팟 캐스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찌감치 <나는 꼼수다>에 빠져 <나꼼수>빠가 된 내가 보기에 여전히 '대장' 방송은 <

나는 꼼수다>지만 이른바 주류 언론이 전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주류, 해적 방송이 속속 등장

해 대중이 진정 알아야 할 바를 전해 주는 작금의 상황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꼼수다>... 말이 필요없는 '황제' 방송, '대장' 방송이다. 진중권 부류의 지식인은 가카의 힘이 빠진 결과

나온 방송이라 하지만 나같은 범인이 보기에 <나꼼수>는 분명히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나꼼수>는 가카의

힘을 빼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나꼼수>는 주류언론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사이 진정 우리가 관

심을 가져야 할 이슈들을 들춰내 관심을 갖게 했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없으면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이 소

강 상태인데 <나꼼수> 이후 트위터는 늘 뜨거웠다. <나꼼수>가 업데이트되는 날은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다

운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타임라인은 <나꼼수>에서 다룬 소재들로 가득했다. 확실하게 <나꼼수>가 정치적 힘

을 보여준 사건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순진하고 어리숙한 옆집 아저씨의 얼굴을 한 박원순은 <나꼼수> 덕

분에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20, 30대 청년들 또한 <나꼼수> 덕분에 정치적으로 각성

하고 "정치가 내 삶의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택광, 박권일 같은 지식인은 이를 부정하

고 비웃었다. 청취자, 네티즌이 직접 그렇게 말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의견만이 옳을 뿐이다. 자

신들은 훌륭한 지식인이고 김어준은 사람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하는 약장수니 이들에게 <나꼼수>와 대중은

그저 한심할 뿐이다. <나꼼수> 팬과 소위 진보 좌파 지식인 간의 대립 또한 재미있는 시절이다.(<나꼼수>팀

자체는 논란에서 빠져있다. 김어준의 현명한 전략이다.) 여하튼 정봉주 수감 이후 <나꼼수>도 다소 힘이 빠진

것 같다. 다른 부분이 아니라 방송에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웃음소리와 각종 배경소음의 2/3를 담당하던

봉도사가 그리운 이유다.          





<나는 꼽사리다>... <나는 꼼수다>가 완벽하게 대중적 성공을 거둔 시점에 그 자매방송으로 <나꼼수> 경제판

이 나온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석훈, 선대인이라는 경제전문가와 김용민이 함께 했지만 방송이 재미없다는 이

유로 두 번의 녹음분이 '나가리'되고 여성 진행자로 김미화가 수혈되면서 <나꼽살> 첫 회가 대중 앞에 나올 수

있었다. 우석훈은 김미화를 픽업하면서 방송을 완성시킨 김어준의 기획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후

광에 힘입어 <나는 꼽사리다>는 금방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최고의 경제 전문가 두 사람이 뭉치기도 했

지만 <나꼼수>처럼 완벽하게 성향을 드러낸 '편파'적인 방송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7회까지의 방송을 보면 내

용은 아주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지루하다거나 졸린 방송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왜들 그렇게 '졸린'

방송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가장 아쉬운 건 김미화나 김용민이 웃기려는 부담에 방송의 맥을 자

주 끊는 부분이다. 그래서 김미화가 중간 중간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잦은데 중요한 내용에 한참 몰입해 듣

고 있는 상황에 이런 행동들이 많이 아쉽다. <나는 꼽사리다>는 지루하지 않다. 김종배의 <이털남>을 들어보

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털남>은 (물론 컨텐츠 자체는 훌륭하지만) 위트있게 쉬어가는 흐름이 없기에 지루

할 수 있다. 하지만 <나꼽살>은 출연진의 캐릭터와 방송 리듬 자체가 재미있어서 굳이 웃기려는 시도가 필요

치 않은데 진행자들의 (웃기는 재능이 없음에 대한) '강박'이 아쉽다. 물론 이는 절대지존 <나꼼수>에 대한 컴

플렉스, <나꼼수>를 롤모델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슈 털어주는 남자>와 <저공비행>... 김종배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 브리핑을 진행하다가 퇴출된

시사평론가다. 당시 김미화 하차와 더불어 이 문제도 꽤 화제가 됐는데 언론 보도를 접하며 김종배라는 이름

이 그렇게 의미가 있나 생각하기도 했다. 이후 <프레시안>에서 그의 글을 보며 아쉬운대로 <시선집중>을 대

신했는데 그가 시작한 팟 캐스트가 <오마이뉴스>의 <이털남>이다. 첫 회부터 들었는데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쫓기듯 진행하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과 달리 여유있게 이슈를 분석해 주는 부분이 <이털남>의 강점이다. 그런

데 그와 동시에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나는 꼽사리다> 팀이 스스로 우려하는 문제를 <이털남>에서

발견했다. 김종배와 초대손님의 대화로 진행되는 이 방송은 시종 진지하게 이슈만 파고든다. 숨 돌릴 틈, 쉬어

가는 시간(약간의 잡담 정도?)이 없다. 묵직하고 꽉 차있지만 청취자가 시종 집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 좋은 예가 캠브리지 장하준 교수가 전화 연결됐던 방송이다. 꽤 기대하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고 늘

어졌다.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 재벌 문제 등 그가 늘 하던 이야기가 비슷하게 나왔는데 끝까지 듣는데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꼽사리다>는 꽤 재미있고 훌륭한 방송

이다.(덧붙이면 <나는 꼼수다>와 <나는 꼽사리다> 모두 김어준이 지은 이름이다. 김어준은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력 뿐 아니라 이런 감각도 뛰어나다.) 이런 방송과 비교하면 <나꼽살>은 결코 재미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는 생각이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은 이제 첫 방송을 했을 뿐이지만 대단했다. 명불허전, 역시 유시민, 역시 노회찬

이라는 말이 나오는 방송이다. 특히 노회찬 특유의 입담이 시종 청취자를 웃게 한다. 자신이 직접 연관되어 있

는 '안기부 X-파일' 문제라든지 법치의 바깥에 있는 재벌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다. 중간중

간 들어가는 뉴스 보도 오디오가 있었는데 <나꼼수>가 생각나기도 했고 괜찮은 편집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독성'이 아닌 '가청성'이라고 할까. 유시민, 노회찬의 목소리 조합은 그렇게 귀에 편하게 들어오지 않

았다. 물론 이는 '가청성'면에서 최고치, <나꼼수>와 비교해서 그렇다. 귀에 편하게 들어오는 최고의 방송은

역시 <나꼼수>다. 한 팀으로 오래 방송을 했고 귀에 익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의 조합은 최고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MBC 라디오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하기도 했던 김어준의 목

소리와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말솜씨는 단연 발군이다.(이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물론 이제 방송

을 시작한 유시민, 노회찬을 이들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투박하지만 편안

한 말투가 있고 특유의 대중 친화적인 화술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청성'이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그들의 내공

이 차차 그 부분을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뉴스타파>라는 방송이 준비 중이다. 노종면, 변상욱, 이근행, 신경민이라는 전직, 해직 언론인을 라인

업으로 하고 있다. 대단한 조합이다. 트위터에서는 벌써부터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꼼수> 빠로서 한 마디

추가하면 이 모든 디딤돌은 <나는 꼼수다>에서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칭 타칭 지식인이라 하는 자들이

비웃고 시비걸지 물어 뜯을지 몰라도 나와 같은 장삼이사는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한 확신한다. <나꼼수>

는 없는 길을 만들어냈고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 또한 그와 더불어 그 바탕을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가 만들어

줬다는 사실 또한 잊을 수 없다. 잡스가 타계한 직후 녹음된 방송에서 김어준은 말했다. "잡스! 졸라 땡큐!"

들을 만한 그리고 들어야 하는 팟 캐스트가 점점 늘어난다. 다행인 점은 라디오건 TV건 기존 올드 미디어에

들을 만한 컨텐츠가 없다는 사실이다. 고민 없이 올드 미디어로부터 관심을 끊을 수 있다. 그저 영양가 있는

팟 캐스트만 골라 들어도 충분하다. 올드 미디어는 죽었다. 뉴 미디어의 시대다. 팟 캐스트의 시대다.